홀로 뚜벅이 공주 여행 당일코스

‘앗, 8:30분. 알람을 왜 못들었지? 9시 버스 출발인데 아침밥도 못 먹겠다.’

대충 씻고 서둘러 집을 나서는데 바깥엔 부슬비까지 내린다. 다행히 남부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다. 손에 잡히는대로 손잡이가 끈적거리는 우산을 헐레벌떡 들고 빠른 걸음으로 도착하니 출발 10분 전이었다. 알고보니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어차피 될 일은 되는데 마음을 졸였나보다. 편의점에서 TOP 커피를 급하게 사서 들고 공주행 버스에 올랐다.

(보통 블로그글을 존대말로 쓰지만, 이번 글은 표현을 간략화하기 위해 예외로 하겠습니다.)

남부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거리

난 승자였다. 운전사 아저씨는 ‘한 명 승객 더 있는데..’ 하면서 9시 정각에 버스에 시동을 걸었다. 그 승객은 아마도 늦잠으로 버스를 못탄 것 같다. 일요일 공주 여행은 원래 이렇게 인기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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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본의 아니게 버스 혼자 전세냈다

1시간30분 후 정확히 도착했다. 오자마자 아침밥을 먹을 곳을 찾았다. 버스정류장 도착하기 전에 바깥 창을 보고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한 집이었는데, 검색해보니 그랬다. 그래서 정류장 도착하고 이곳 ‘삼대째 순두부’로 향했다. 다행히 오픈시간이 10:30분이어서 첫 손님으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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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단촐하게 백순두부다. 아침이니 부담 없는 먹거리로 하기로 한다. 

1. 미르섬

이후 미르섬으로 향했다. 걸어서 6분 거리다. 공유킥보드나 자전거를 빌릴까 하다가 그냥 걸어갔다. 근데 좀 후회했다. 아직은 정비 중인 듯하다. 몇 개월 지나면 볼 만할 거 같았다. 여러 식물을 심고 정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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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공산성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때 공유킥보드나 자전거를 빌리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냥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지만, 걸어가려면 꽤 돌아가야 한다. 자전거전용도로로는 약간 더 가깝지만, 도보길로는 좀 돌아가는 경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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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섬에서 이렇게 바로 보이는데, 지나쳐서 한참 걸어 강 다리를 건너 다시 돌아간다. 

2. 공산성

덥지 않은 날이면 모르겠는데, 9월 첫 주 일요일은 아직 여름이다. 그것도 습한 30도 이상 기온이었다. 더웠지만 사진은 예쁘게 나와 보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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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역사 기행으로 시작한 투어이기에, 다음 행선지는 무령왕릉으로 정했다. 그 전에 지친 몸을 쉬기 위해 공산성 바로 입구 쪽 카페로 향했다. 줄을 한참 서서 구매를 했으니 인기있는 가게였나보다. 그더 그럴 것이 위치가 기가 막히다. 창 밖에 공산성문이 떡 보인다. 메뉴도 지역특산품인 밤을 테마로 한다. 벽면에 붙어있는 자료들로 보아 주인이 공부도 많이 하고 실력도 있어 보이니 실패하기 힘든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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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카페를 나와 마음으로 별렀던 공유킥보드를 탔다. 무령왕릉까지 도보 30분 거리였지만 불과 몇 분만에 도착했다. 고생을 안하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실감했다. 무령왕릉엔 사람이 많았다.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왕릉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일종의 박물관이었다. 비슷한 모습을 한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부산 쪽 무슨 학교 동문들인 거 같은데, 몇기 출신 누구라는 명찰을 목에 두르고 다들 위세가 대단했다. 왕릉 셔터를 본인들이 올리네내리네 하는 실없는 농담에 박장대소를 하며 떠들썩하게 사진 인증에 열심이었다. 노이스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음악으로 소음을 막아보려 했지만 기괴한 웃음소리와 의미없이 음성만 큰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애플 에어팟프로 개발자는 부산 어르신들 사투리 음성 주파수까진 제품 개선에 반영하지 못했나 보다. 향후 개선을 바란다. 

암튼 무령왕릉은 가까스로 잘 봤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 관람을 하기 위해 빨리 움직이다 보니 왕릉 정상까지 올랐다. 내부는 보수를 위해 방문을 통제하고 있지만 왕릉에 온 기분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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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을 둘러본 후 근처의 국립박물관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4. 공주한옥마을

걷다가 보니 한옥마을 비슷한 곳이 보였다. 한옥마을 비슷한 곳이 아니고 한옥마을이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인스타 감성 사진은 잘 나올 것이었다. 난 실력이 모자라 예쁘게 찍진 못했지만, 찍는 사람에 따라 예쁘게 찍힐 가능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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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에서 맥주 한 잔하고, 좀 돌아다니니 벌써 5시다. 서울행 버스 예약이 오후 6시 10분이니, 이제 되돌아가기로 한다. 비가 부슬부슬 다시 내리기에 버스를 탔다. 버스 정류장까지 10분 정도이기에, 5시 20분 경 터미널로 가는 125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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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공주는 혼자 뚜벅이모드로 여행하기 나쁘지 않은 곳이다. 서울에서 버스로 1시간30분 정도 거리이고, 대부분의 유적지가 정류장에서 멀지 않다. 때문에 자전거나 공유킥보드 정도로 실컷 돌아다닐 수 있다. 혼자 뚜벅이모드로 여행을 할 분이라면 추천한다. 아이와 함께 역사기행 목적으로 여행하는 것도 좋다. 익사이팅한 어드밴처를 원한다면 비추천이다. 전반적으로 여행하기에 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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